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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식

미디어 강자 타임, 왜 메레디스 품을 택했나

디지털시장 생존 한계…시너지 낼 지 관심

미국 잡지시장의 큰 손 타임이 팔렸다. 더 정확하게는 또 다른 미디어그룹인 메레디스와 살림을 합쳤다. 

메레디스는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 28억 달러에 타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타임의 부채를 제외할 경우 현찰만 18억5천만 달러가 오가는 거래다.

놀라운 것은 95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임 매각 소식이다. 하지만 더 큰 관심을 살림을 합친 메레디스와 타임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이다.




■ 덩치 커졌지만 페북-구글엔 여전히 언더독…돌파 가능할까 

포트폴리오만 놓고 보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봄직하다. 메레디스는 여성잡지 쪽에 강점을 갖고 있다. 또 TV방송국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타임은 간판인 시사주간지 ‘타임’을 비롯해 라이프, 피플 등의 잡지를 갖고 있다. 스포츠 전문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역시 꽤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광고 전문 매체인 애드에이지는 타임과 메레디스가 합병할 경우 크게 세 가지 장점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매력적인 온라인 구독자 확대다. 여기에다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제고 역시 기대되는 합병 효과로 꼽혔다.



합병 발표 다음날인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회사는 ‘디지털 비즈니스’ 쪽을 특히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타임과 메레디스의 월간 순방문자 수를 합하면 1억7천400만 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미국 디지털 미디어 중 6위에 해당된다. 두 회사의 지난 해 디지털 광고 매출을 합할 경우 7억 달러에 이른다.

스티브 레이시 메레디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회사의 디지털 광고 매출 수준을 특히 강조했다. 요즘 디지털 전략 성공 사례로 널리 회자되는 버즈피드는 올해 매출 목표가 3억5천만 달러 수준이라는 것.

디지털 시장에선 ‘올드 미디어’ 취급을 받던 두 회사의 실체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는 강조인 셈이다.

■ 과연 1+1은 2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지만 시장 전체로 눈을 돌릴 경우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 지둥 두 가족’이 된 메레디스와 타임은 디지털 광고 시장 전체에선 여전히 언더독에 불과하다.

구굴,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강자들이 광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아마존 역시 무서운 강자가 부상하고 있다.

나름대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던 타임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시장의 이런 한계를 인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인 관점이 미디어들 중에선 나름 잘해 왔지만, 플랫폼 강자들의 공세에 혼자서 맞설 힘은 부족했던 셈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1+1의 합이 어느 수준에 이를 것이냐는 점이다.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조직이 제대로 잘 융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메레디스는 여성 독자들을 특히 많이 확보하고 있다. 시사주간지와 스포츠 잡지 등에 강점을 갖고 있는 타임과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을 지 관심사다.

두 회사는 합병 이후 첫 2년 동안 5억 달러 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합병된 타임 쪽 인력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메레디스와 타임은 합병 이후 동영상 쪽에 상당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는 매년 동영상으로 100억 뷰 가량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타임은 피플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의 동영상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메레디스 역시 2018년엔 실시간 동영상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합병으로 이런 부분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는 게 두 회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애드에이지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다른 분석도 만만치 않다. 둘 모두 동영상 콘텐츠 쪽에서 확실한 강자라고 보긴 힘들단 것이다. 따라서 기대하는 효과가 잘 나올지 의문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고 있다.

■ 미국 대표적 보수파 코치 형제 행보도 관심사 

또 다른 변수는 ‘코치 형제’다. 메레디스가 타임 인수를 추진한 지는 꽤 오래 됐다. 하지만 금액 문제로 번번히 포기했다.

그랬던 거래가 성사되는 데는 찰스 코치와 데이비드 코치 형제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를 통해 6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덕분에 메레디스는 인수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6억5천만 달러는 부채를 제외한 인수 금액 18억5천만 달러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당연히 합병 이후 코치 형제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많다.

널리 알려진 대로 코치 형제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세력으로 꼽힌다. 이번 합병 배후에 코치 형제가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타임을 인수한 뒤 또 다른 폭스뉴스로 만들려한다”는 분석이 나온 건 그 때문이다.

물론 코치 형제는 경영이나 논조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순수한 의도로 투자를 했느냐는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 부분 역시 모처럼 성사된 인쇄 잡지 시장의 대형 합병을 지켜볼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